241127 첫눈
오블완 챌린지의 마지막 날에 무슨 게시글을 써야하나 나름 생각을 많이 했고, 겨울과 관련된 책을 꺼내오려 했는데 첫 눈이 와버려서 눈 사진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꺼내보려 해요.



이건 새벽 다섯시의 눈. 일어나자마자 환기하려 창 열었는데 눈이 펑펑펑 내리고있어서 바로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근데 펑펑이 아니라 퍼퍼벅 으아악 살려주세요 하며 눈이 오고있었음... 우박이 섞인건지 하여간에 맞을때도 아팠다.... 사진을 찍어도 어쩜 저렇게 전투적일 수 있을까... 눈아 눈아


그리고 오후 1시쯤 다시 나가서 눈을 맞았다. 정말 펑펑펑 내려서 금방 눈사람이 될 정도였는데, 사진을 찍으니 그저 눈이 폴폴 내리는 아름다운 화면이었다. (*위 사진과 같은 카메라 셋팅)



단풍이 다 떨어지지도 못한 계절에 내린 대설이라, 이질감 느껴지는 풍경이 아름답고 서글펐다. 기후위기야 꼭 와야만 했니...? 인간이 불러들였지만 말이다.
나는 눈을 참 좋아하는데, 겨울날에 좋은 추억이 많아서인 것 같다. 옷이 다 젖는지도 모르고 새벽까지 학교 주차장에서 이글루를 만들었던 초등학생 때의 어느 날도 행복했고 이모할머니의 손을 잡고 갔던 스키장도 눈부시게 즐거웠다. 친구들과 무리지어 눈싸움을 했던 날도, 눈사람을 학교 운동장에서 만들던 날도,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같이 누워서 낮잠자던 날들도 모두 겨울이었다. 고양이에게 보여준답시고 눈을 한 대야 퍼와서 고양이 발을 찍던 날도, 눈사람을 만들어와서 냉동실에 넣어달라고 어머니에게 말하던 날도 모두 겨울날이었다. 어쨌든 겨울은 즐겁다. 동네에서 눈이 많이 쌓인 곳에 뛰어가서 발자국을 마치처럼 빙글빙글 남겨도 좋고, 눈이 쏟아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봐도 행복하다. 눈이 오는 날이면 나는 기꺼이 열 다섯살의 즐거운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