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직전
야구 시즌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한창 시범경기를 하면서 전력을 점검하고, 누굴 1군에서 오래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설렐 수 있는 시기다. WBC는 그닥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나야 히어로즈 통합우승 단 1회 vs WBC 100회연속 우승이라고 밸런스게임을 한다면 1초의 고민도 없이 ㅋㅋㅋ 전자를 선택할 사람이기 때문에 국대 차출된 우리 팀 선수들이 자기 몫만 하고 왔다면, WBC에 나가서 뭔가를 배우고 왔다면, 스스로의 한계를 보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왔다면 긍정적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시즌 중에 까 봐야 알 수 있겠지.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시즌을 앞두고 약간 멜랑꼴리해졌기 때문이다. 2월만 해도 이 칼럼(https://v.daum.net/v/20230222112034532)에 나온 것처럼 행복하고 설렜는데 역시 시범경기의 여파인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시범경기를 하면서 이 불안은 시작되었다. 한껏 솟아올랐던 기대치는 매 이닝마다 꺾여나가기 일쑤고, 잠시 희망을 보고 나면 또 잠시 절망을 보기도 한다. 여전히 잘하는 선수도 있고 더 대단해지는 선수도 있지만 그대로라거나, 시범경기에 '보여주지 못해서' 걱정되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작년에 우리가 2위였다지만 이제는 다시 0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어떻게 144까지 달려가야 하는 아득함도 남아 있고, 144경기 이후에 또 얼마나 더 해야할지, 더 하면 그래서 우승이란 걸 해볼 수나 있을지 그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나간 사소한 불안은 시범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쉽게 행복해지지 못하게 한다. 한 번 실책하면 괜찮은지 오들오들 떨면서 그 수비 구역만 지켜보고, 넘어지거나 공에 맞기라도 하면 어디 다친 데는 없나 중계를 들여다보고 뉴스탭을 새로고침한다. 스윙이 이상하다 어깨가 이상하다 구속이 안 나온다 제구가 안 된다 송구가 불안정하다 주루가 느리다 등등등.... 불안은 끝이 없다.
이런 애매한 기대가 섞인 불안이 언제 끝나는지는 명확하다. 개막하고 일주일 이내면 사라진다. 개막해서 드디어 뚜껑을 열었을 때, 거기에 독주가 들어있을지 과일청이 들어있을 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난 둘 다 맛있으니 뚜껑을 열었을때 썩지만 않았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