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이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렇게 시즌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와, 이 멤버들이 이렇게 하는 야구는 이렇게 막을 내렸구나- 하는 우울한 감상이 공존하는 대회 마지막 날입니다. 며칠 전에야 내가 이 선수들을 드디어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바로 끝이 찾아오다니,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퍽 슬픈 날에 가깝습니다. 사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서 항상 키나 체격, 걸음걸이, 행동패턴, 동작의 형태등을 외웠는데 이제 그걸 다 알아봐가는 날에 경기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더 선수로 살아갈지 선수로 사는 것을 그만둘지조차 모르는 팬의 입장에서는 그저 아득하기만 한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몇 명의 근황은 9월 14일이 되면 알게 될 거고, 몇 명은 내년 대학야구에서 이름을 만나게 될 수도 있고, 그리고 영영 안부조차 모른 채로 살아가게 될 사람들도 있겠지요. 이렇게 애매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 뻔해서, 유난이라고 할 정도로 선수의 은퇴와 은퇴식에 많이 울어버리는 사람이라서, 이미 끝이 정해져 있는 학생야구는 정말로 좋아하기 싫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성남고의 야구는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사람을 끌어당겨서,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빠져버린 바보같은 인간은 다시 혼자서 우울에 빠져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아무도 은퇴하지 않았고 그 누구의 은퇴식도 없었지만 어쨌든 이 유니폼을 입고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마음 속에서 보내줘야 할 때가 온 것 뿐입니다. 나의 고교생활은 너무 지긋지긋해 도망치고 싶어 졸업만을 기다렸는데, 누군가의 고교생활은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서 뿌듯하고 개운하게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일년도 못 되는 시간,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봤지만 언제나 희열 넘치고, 자신감있고, 포기하지 않고, 그리고 따뜻한 야구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으니까, 그 시간을 선사해 준 선수들도 모두 행복한 길을 걸어가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이 기억도 서서히 잊혀지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문득 떠올리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다시 한번 누군가의 행복을 기도할 날이 오겠지요. 그러니 일단은 술도 좀 마시면서, 조금 우울한 시간을 한 번 보내보겠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다시는 학생야구같은건 보지 않을거야. 이딴걸로 울고싶지 않다고 육성으로 내뱉었는데도 결국 울었다........ 이 끔찍한 야구.
그리고 어쨌건간에 드디어 잘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습니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인 사람이 요즘 할 일도 많다는 핑계로 두세시간씩만 잤더니만, 드디어 오늘은 코피가(・ω<)☆ 딴얘기를 계속 하는 걸 보니 내가 많이 아쉽나보다. 말은 여기서 줄여야 깔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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