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스팀펑크 2

박애진, 《명월비선가》

또 왔다! 조선스팀펑크! 이 책은 《기기인 도로》에서는 도로가 단편들을 연결하는 공통 인물로 등장한다. 그 중 박애진의 「군자의 길」과 세계관을 같이 하는 책이다. 회회인의 얼굴을 한 기기인인 '도로'는 '명월'이 유일하게 갖지 못한 남자다. 9년만에 도로가 다시 명월이 있는 명월관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책의 막바지에 휘몰아치기보다 한 겹 한 겹 얇게 쌓아올라가는 명월의 집념과 욕망, 고민이 책에서 주를 이룬다. 결말은 그저 독자들이 추론한 그 모든 레이어들을 확정시킬 뿐이다.  명월은 유일하게 도로가 인간이 아니라 기기인인 걸 눈치챈 사람이고, 그래서 그의 몸을 탐할 이유가 가장 없는 자인 동시에 그가 기기인이기 때문에 가장 그를 탐하는 자가 된다. 이 때만 해도 명월의 목표가 진짜 인간에 ..

일상/책 2024.11.20

조선 스팀펑크 연작선 《기기인 도로》

드디어 왔다. 조선스팀펑크! 《기기인 도로》는 조선시대에 증기기관이 있었다면... 이라는 if에서 시작되는 단편 연작선이다. 읽을수록 도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말은 또 다 되는 이상한 재미가 있다. 역사랑 다른 것은 하나도 없는데, 기묘사화에 증기기관이 얽혀 있질 않나, 증기마와 증기마차를 타고 이성계가 전쟁엘 나가지 않나, 홍국영이 로봇이질 않나, 하나같이 역사와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맨 첫번째로 수록된 김이환의 「증기사화」를 읽으며 훈구와 사림의 대립과 그로 인한 사화, 그리고 조광조와 주초위왕(이 소설에서는 초승심위왕이다) 사건을 사관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이것에 촘촘하게 증기기술이 엮어 둔 것이 기묘했다. 말이 되는데 말이 안 되는 이상한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 들어서 더 ..

일상/책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