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독후감을 남겼던 《일상 감시 구역》의 다음 단편집이다. 같은 세계관을 쓴 작가도 있고, 앞 편과 다른 이야기를 쓴 작가도 있다. 이번에도 중점적으로 쓸 단편은 박애진의 「우주를 건너온 사랑」이다. 이 이야기는 「목격자」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다만, 「우주를 건너온 사랑」이 훨씬 더 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목격자」에서 파인딩 시아에 타고 있던 네 클론 아이들 중 하나인 소피아가 더 성장해서 관광 행성인 험다에 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전에는 클론의 제작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우주를 건너온 사랑」에서는 클론이 차별받을지언정 꽤 많은 비율을 행성에서 차지하고 여러 사건을 총괄하던 페가수스 우주 정거장이 폐가전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받고 있는 등 배경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우주를 건너온 사랑」의 내용의 중심은 클론 차별 문제다. 동시에 미성년자에 대한 무시와 흔히들 아이돌 콘서트에서 여성팬들이 경험할 수 있는 팬에 대한 멸시가 섞여 있다. 소피아가 인턴으로 일하게 된 험다중앙공연장은 먼 미래 SF 소설의 배경이지만 지금 현실의 인간들이 경험하는 차별이 있는 것이다. 클론은 학위가 있어도 진급을 시켜주지 않고, 그래서 더 좋지 못한 일을 부여받고, 그래서 임금이 낮다고 말하는 모든 차별의 핑계들이 촘촘하게 쌓아올려져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일이라도 클론의 임금이 적은 것까지가 차별의 완성이다. 클론인 소피아에 대한 차별에 대해 채림이 반발하여 클론차별반대연대에 신고하자 상황은 바뀌는 듯 보인다. 뉴스 기사에 올라가고, 클론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이 생긴다. 하지만 이건 '공식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해결에 불과하다.


클론 차별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차별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오자 인간들은 명목상 어쨌건간에 차별을 안 한다. 그런데 사실 '난 차별 안 했다?' 라는 말은 듣는 사람, 그러니까 차별당하는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아주 차별적인 말이 된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던간에 자기 자신은 책임이 없고 순전히 기분나빠하는 네 책임이라는 가증스러운 책임 전가기 때문이다. 흔히 경험하기 쉽다. 굳이 "여직원이라 시킨 거 아냐. 난 차별한거 아니다? 맞지?"라고 확인하는 성차별주의자나, "회식하려면 진짜 고깃집밖에 없어서 그래. 불편한 거 아니지?"라고 확인하는 안티비건이 사실 내 주변에 많아서 내가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난 너 차별하지 않았다고 말만 하면 진짜 차별하지 않은 게 되나? 사실 듣는 나는 불편하고 불쾌하고 이 사회구성원 사이에 있고싶지 않은데? 예전에는 이런걸 참고 괜찮다고 말해왔는데, 사실 이런 사람들은 나의 사회를 구성할 생각이 없고 근냥 자신의 불편을 덜어내어 내가 대신 참으며 가기만을 바란다는 걸 꽤 커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그냥 뒤엎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관계는 많이 나빠졌다...
아무튼간에 사설로 빠졌는데,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어쨌든 소피아는 결국 클론차별반대성명에 참여한다. 「목격자」에서 자신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때, 토마스를 보호자로 다시 택하며 안정적이지만 편애와 차별이 있던 길로 돌아가던 소피아가 이 성명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일종의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안정적인 페가수스 우주 정거장으로 돌아갔지만, 오직 안정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싸워준 채림을 위하고 차별받을 수많은 다른 클론들을 생각하며 차별받는 당사자로 이름을 올리는 피곤한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는 것이 소피아스럽다고 느껴졌다. 불같이 행동하지도 못하고, 나서서 세상을 뒤엎겠다는 꿈을 꾸지도 않지만 그래도 자기 자리에서 그래도 자신을 위하고 누군가를 위해서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행성들은 살기 좋은 곳이, 그러니까 차별이 줄어들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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