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경찰이 저토록 다정했던 적이 있던가.

ZI0NY 2025. 1. 3. 15:29

나는 경찰을 무서워한다. 싫어하고, 믿지 않는다. 이 모든 일은 내가 범죄를 저질렀음이 아닌, 경찰이 나를 범법자로 만들려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경찰은 방패로 벽을 치고 집회 신고 시간이 끝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차도로 사람들을 떠민다. 그렇게 떠밀린 사람들 중 하나가 나였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방향을 감을 잡지 못해 바깥쪽으로 나가며 잠시 어버버하는 사이에, 나는 경찰 방패와 맞닿게 되었다. 그 때 인도에서 차도로, 한 10센치가 조금 넘는 블럭 아래로 밀려 떨어질 때, 도로로 나가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말하던 경찰이 아직도 생생하다. 얼굴은 없는 어떤 검고 형광빛의 괴물같은 형태로 존재한다. 경찰서가 집 근처에 있으면 안전하다는데 나는 동네에서 경찰서가 있는 길로는 다니지 않는다. 내 옆에 있던 아저씨가 일으켜주며 애는 밀치지 말라고 경찰에게 화내고, 빨리 집에 가라고 떠밀며 옆으로 길을 내어줄 때 여전히 날 보고 있던 경찰을 떠올리곤 한다. 그는 나를 잡아가고 싶어했던가? 시위대가 있는 것에 분노했던가? 혹은 시위대를 그저 비웃고 있었던가? 나한테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말했던게 나에게 말했던 것이던가? 혹은 크게 고지한 것을 그 경찰이 나를 비웃으며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아무튼 그날의 기억은 흐릿하다. 집까지 바로 가라고 누군가 말했던 게 생각날 뿐이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서, 계엄령이 발표되었을때처럼 그 때도 건물 복도를 누군가 걷는 소리가 나면 잠에서 깨어났고 홀로 불안해했다. 이렇게 기억은 불완전하고 어딘가 뒤틀렸고, 없던 일이 섞였지만 몸은 여전히 그 때를 기억한다. 오른쪽 발목이 아프다. 그 때 삐어서 다음날 병원에 갔던 그 발목이 여전히 아프다. 날이 추워지면, 갑자기 긴장하면, 발을 디딜 때마다 복사뼈가 저릿해서 걷기 힘들어진다. 아무 이상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픈 채 남아있다.

그렇게 노동자를 곤봉으로 때리고, 농민의 트랙터 유리를 부수고, 장애인을 휠체어에서 끌어내리고, 방패로 사람을 찍고, 건물 옥상에서 사람을 뛰어내리게 하고, 살고 있는 주민들을 내쫓아버리는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이 어째서 윤석열에게는 그토록 다정하고 친절하게 나오실 수 있는지를 여쭙는 것인가. 일단 진압하고, 일단 체포한 후에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재물손괴죄,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뒤늦게 걸어버린다음에 벌금 혹은 징역을 부여하던 저 공권력이 이미 내란죄가 있는 자에게는 어찌 저렇게 공손할 수 있는가. 이 나라의 인민들은 그들 사이에는 작은 약하고 강한 것들이 상황마다 다르게 책정될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쥔 자들의 아래에 있을 뿐이다. 법치주의 국가는 없다. 헌법은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단 하나도 국민에게서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