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그가 야구계의 엄청난 스타라는 것을 꽤 오래 전부터 아주 잘 알고있었다... 믈브로 가지 말고 히어로즈로 와달라는 헛소리를 지껄일 정도로는 아무튼 그를 알고 있었단 말이다. 믈브는 (거의)안보고 크보만 보다가 오랜만에 이렇게 다 큰 오오타니상을 보니 아 진짜 엄청난 슈퍼스타가 되어버렸구나 싶었다. 물론 그 때도 오오타니상은 컸지만, 아니 체감상이라는 게 있잖아요 닛폰햄 파이터즈에 있을때는 그래도 귀여운 느낌이었다고요;; 근데 갑자기 엄청나게 거대한 슈퍼스타가 되어서 일본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아버린.. 하 뭐라고 해야하나 그냥 오오타니상을 보자마자 없던 추억이 재생되면서 아련해졌는데ㅋㅋ;;
오타쿠는 원래 시도때도없이 벅차오른다. 남의 팀 우승을 보고서도 벅차올라버렸다. 어제 경기도 상당한 명승부라서, 9회말에 오오타니가 2루타를 치고 헬멧을 던지고 달리던 순간부터 2루에 도착해서 포효하며 덕아웃을 향해 손짓할 때 이게 엄청나게 역사에 남아버리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대회 내내 침묵했던 4번타자의 끝내기 2루타라는 미친 낭만으로 경기가 종료되었으니 더더군다나...
이 때 정말 진심을 가득 담아서 '여기서 끝내기 나오면 대박이다.'했는데 진짜 끝내기가ㅋㅋ 나와버리다니 기절하는 줄 알았다. 바로 이어서 히어로즈가 시범경기 했는데 시범경기 초반까지는 계속 오타니 돌려보느랴 집중도 안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게 이번 WBC베스트 장면이었다. 솔직히 여기서 분위기 못 끌어올렸으면 끝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미친 또 불펜으로 오타니가 나온다는 말이 나오고, 불펜에 다르빗슈가 대기를 하더니.... 불펜하고 덕아웃을 왔다갔다하며 불펜에서 몸 풀어놓고 타석도 소화하고 또 전력으로 달려서 내야땅볼을 내야안타로 만들더니, 아니 미친 진짜 마무리로 올라오는 미친놈이 여기 있었다. 9이닝 2아웃 풀카운트에서 동팀인 트라웃을 스윙삼진으로 잡고, 글러브를 던지고 모자를 던지고 달려오는 팀메이트를 껴안고 포효하고 환호하는 이 모든 과정이 그냥 영화같았다..................... 나는 아직도 여운에서 못 벗어났다.... 진짜 팀의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 경기장의 바람을 뒤바꾸는 이런 사람이 슈퍼스타구나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람과 말도 안 되는 경기가 현실에 있을수가.
이렇게 왔다리갔다리 다 하고 안타치고 분위기올리고 마지막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오는 본업은 선발투수인 3번타자를 안좋아하는게 가능한가? 타고난 피지컬에 미친 재능에 그걸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노력과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게 버티는 정신력까지가 모두 오오타니 쇼헤이를 만들어냈다고밖엔 생각이 안 든다. 안그래도 야구 쳐 보느랴 인생 나락보내서 믈브는 정말 안 보고 싶은데 이러다가 이정후 가면 크보 접고 새벽에 믈브 보고 앉아있는건 아닐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게 내가 사랑하는 야구였다. 서로를 믿어주는 팀메이트가 있고, 선수를 믿어주는 감독이 있고, 그리고 그 믿음에 등 돌리지 않는 선수들이 있고, 그래서 승리하는 팀이 있는 야구. 결국 영웅 한 명이 모든 걸 할 수는 없다지만 영웅이 있어서 팀의 분위기가 승리를 향한다는 걸 알고는 있어서 오타니 너무 부러웠고, 히어로즈에 이정후 없으면 우리는 비밀번호나 쓰면서 이정후 돌아오는거 기다리겠지 싶어서 1년 후가 미리부터 걱정되고 슬프고, 1년후에 오타니도 FA인데 사오면 안되냐(되겠냐?)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좀 했다. MLB는 강한 리그라 쇼헤이와 트라웃으로 가을야구도 가기 힘들다지만 KBO에서는 당신도 할 수 있다 히어로즈 우승반지 끼기. 어떻습니까 오오타니 쇼헤이 상... 히어로즈의 히어로가 되실 생각 있으시면 꼭 서울히어로즈프로야구단으로 전화주십쇼 감사합니다.
어쨌든 한국은 조별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그래도 야구는 재밌었다. 나는 이 미친 낭만으로 가득 찬 스포츠를 반평생동안 사랑해와서 결코 벗어날 수 없나보다...
하나만 말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동경하지 맙시다!
1루에는 골드슈미트가 있다던가, 센터에는 마이크 트라웃이라던가, 무키 베츠가 있다던가, 야구를 하고 있다면 누구나 들어본 선수들이 있습니다만.
오늘 하루만큼은 버립시다. 동경하면 넘어설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톱이 되기 위해 왔잖아요?
오늘 하루만큼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합시다. 가자!
멘트미리짜왔나... 기깔나게하네. 아무튼 이 영상을 보자마자 아 일본이 이길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기기 위해 온 팀의 분위기잖아요 이게 하아아아아아 빨리 야구 개막해라 난 야구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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