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음식

눈이 오는 날엔 뱅쇼 끓이기

ZI0NY 2024. 1. 9. 14:37

말 그대로 따뜻한 와인인 Vin chaud, 뱅쇼를 끓일 시간~! 왜냐면 눈이 오고 있으니까!! 프랑스에서는 뱅쇼, 독일에서는 글뤼바인, 미국에서는 멀드와인, 에스토니아에서는 글뢰그... 라고 한다는데 글뢰그는 증류주잖냐 두산백과야; 내가 다음에는 글뢰그 만드는 것도 올려야지,,

기본 뱅쇼 레시피는 오렌지 하나에 레드와인을 붓고, 카다멈과 시나몬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주면 완성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 취향대로 끓였다.

뱅쇼 재료를 준비한다. 1와인에 1오렌지라니 이런 각박한지고... 색목인들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넉넉하게 병당 과일 두세 개씩은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겨울이니 귤을 넣어도 좋고, 레몬이 있다면 레몬을 넣어도 좋다. 나는 씨 빼기가 귀찮고, 청자몽이 1개에 천 원으로 세일하길래 자몽을 넣었다. 자몽을 넣으면 자몽 특유의 떫은맛이 뱅쇼에서도 나기 때문에 자몽맛을 싫어한다면 자몽은 넣지 말길 바란다. 사과와 오렌지도 세일하는 거, 못생겨서 판매가치 낮은 그거 샀다. 사과 열개에 만원, 오렌지 열한 개에 만원. 향신료는 그냥 집에 간단하게 구비하고 있는 거 꺼냈다. 소두구는 없고 계피와 팔각에 정향.

 

베이킹소다로 한 번 뽀득뽀득 씻어주고, 혹시나 해서 설거지 비누로도 한 번 더 씻었다. 껍질까지 썰어서 끓일 거라서 껍질에 잔존한 농약을 잘 씻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좀 굵게 썰어도 되니 적당히 과일을 모두 슬라이스한다. 정향은 그냥 넣고 끓이면 마실 때 입에 걸리적거릴 수 있으니 오렌지 등의 과일에 미리 콕콕 꽂아둔다.

 

그럼 이제 준비는 끝났다. 나의 사랑을 끓여 준다. 약불에 살살살 오래오래 끓이면 된다. 오래 끓일수록 양은 줄고 맛은 진해지고 술은 날아가니 끓고 나서 5~10분정도만 놔두면 충분하다. 냄비에 같이 넣지 않는 오렌지 제일 끝부분을 살짝 짜서 오렌지즙을 추가해 준다. 안 해도 되지만... 오렌지가 아까워서 꼭꼭 짜서 넣어준다.

 

사실 두 냄비 끓였다. 근데 끓이면 이게 사실 양이 얼마 안 되거든요? 핑계가 아니라 진짜로 다 날라가서 아무것도 없다니까요? 

 

완성한 내 사랑... 아니 뱅쇼. 그대로 따끈하게 먹어도 맛있지만 알코올 도수가 떨어진 게 싫은 주정뱅이들은 집에 남는 럼을 한 샷 정도 넣어 마시면 더 행복해진다. 저렴한 와인인 데다가 한 번 끓이기까지 해서 과일향만 옅게 남은 뱅쇼에 럼을 넣으면 럼의 향이 은은하게 섞여 올라와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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