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책

로켓 발사 앤솔러지 《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ZI0NY 2024. 11. 11. 18:35

내가 어제 좋아한다고 말했던 두가지.. 로봇과 로켓. 오늘은 로켓 이야기다. 나는 로켓을 좋아한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첫 번째의 로켓은 나로호였다. 얼마 전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 컴퓨터실에서 몰래 기사를 검색하고, 발사체 분리에 실패하는 영상을 봤던게 어렴풋이 떠오르는 걸 보면 십년은 더 된 일이었을 거다. 이 때쯤에 매일매일 나로호 기사를 검색해서 보고, 러시아와 기술협약을 해서 러시아 기술로 만들어진 엔진을 받아왔던거나 몇백킬로미터정도 날릴 수 있다는 내용들이 대충 떠오르는 걸 보니 그때에도 어지간히 좋아했나보다. 그러니까 발사에 성공한 날이 아마 겨울방학이었는데, 낮에 티비로 생중계를 보다가 울었겠지..

로호가 세번째였나 네번째였나 하여간에 몇 번의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하고, 발사체가 무사히 분리되고, 궤도에 안착했을 때만 해도 나는 내가 서른 살쯤 되면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실 로켓은 허황된 꿈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사실 그 로켓을 한 대 발사하려고 몇천조를 몇십년동안 낭비하는 일보다 당장의 농업에 투자하는게 실질적으로 사람이 먹고사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점점 땅에서 멀어지는 것을 동경하는가 싶다. 패러글라이딩 날개를 쥐고 언덕에서 뛰어내리고, 비행기를 만들고, 대형 항공기를 만들고, 결국 달에 발을 디디고, 우리 은하 너머로 떠나간다.

나로호는 지금 대전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 광장에 있다. 그리고 국내기술로만 만들어진 로켓인 누리호는 시험비행 초회 실패, 2회 성공 이후 작년 봄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그리고 이제 쓸데없는 추억 이야기는 그만 하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에 수록된 박애진의 단편, 「4퍼센트」의 독후감을 시작해보겠다..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그까짓 우주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나 싶다. 그런데 이렇게 무미건조하지 않고 엉엉 울면서 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우주로 떠나간 주인공의 엄마나, 주인공, 그리고 아랑에 이입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을 모두 우주에 보내준 아빠에 이입해서 그렇다. 로켓을 타는 것을 꿈꾸는 동시에 나는, 내가 절대 탈 수 없을 거란 걸 알아서 언제나 남겨지는 사람의 입장에 서곤 한다. 그래서 자신이 오디세이를 타고 떠나서 우주에서 죽을 거란 걸 알고 간 엄마보다, 가네샤를 탄 재아와 아랑보다 결국 그들을 모두 격려하며 보내 준 재아의 아빠가 더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떠나는 사람과 돌아올 사람은 달라서 모를 수 없었을텐데도 모두를 우주로 보내고 혼자 화원에 남아서 흙을 만지기로 결정한 마음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이 우주를 향한 집념은 엄마인 이연애씨, 그리고 딸인 재아 뿐 아니라 재아와 함께 자란 인공지능인 아랑에게도 이어진다. 재아가 수많은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무너지고 우주를 포기했을 때, 아랑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간다. 재아와 친구처럼 묘사되지만 읽는 한 켠에선 나도 마치 구글 어시스던트처럼, 자유의지가 없는 기계로 아랑을 이해하고 있어서 이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인공지능이지만 재이가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꿈을 꾼 만큼 아랑도 같은 꿈을 내내 꾸고 있었다는게 SF적이고 슬프고 아름다웠다. 아랑은 다시 재이가 우주로 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동반자가 되어줬다.

재아와 아랑이 뒤바뀌고 (뒤바뀐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게 우주선 가네샤에 인공지능으로 복제된 자신을 심어서 가네샤의 탐사가 끝날 때까지, 허용된 6개월을 넘어서 다시 도약을 할 때에도 영원히 이 4퍼센트의 세계를 탐사할 것이다. 결말이 영원히 오지 않는 이야기는 지금도 무사히 가네샤가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 같아서 조금은 슬프지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