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유진 작가의 전작인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을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로봇과 로켓은 제외하고)이 들어있는 소설이라서 아주 즐겁게 읽었다고 평한 적 있는데, 그 때쯤 범유진 작가의 다음 책도 샀었다. 사놓고... 잊었다.... 너무 늦게 읽어 마음이 불편해져 한 줄이라도 적기 위해 칠만년만에 블로그를 열었다.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는 정말 기꺼이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법제도와 통계 내에서 가정폭력으로 잡히지 않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그들을 버리고 망가뜨리고 죽이려 한 그대로 버리고 망가뜨리고 죽이는,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주요 맥락은 또 하이하와 마마가 가져가고 있고, 이건 이것대로 또 사이비 종교와 정치와 연결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현 한국 정치가^^ 떠오르긴 했다... 소설에 나올법한 일이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오는 현실^^...
작가가 현실반영을 잔뜩 했지만 놀랍게도 23년 여름에 쓰인 책이다. 오컬트스러운 상황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죽여서라도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다. 사랑과 용서를 택하지 않고 복수를 택하는데, 가만 읽다 보면 사실 그동안 폭력을 당하면서도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이 다 소진될 때까지 사랑해왔기 때문에 남은 것이 복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가정폭력 아닐까... 맞으면서도 상대를 사랑해서 버티고 버티고 신고하지 않다가(물론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신고하고 가정으로 되돌려보내지는게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그 사랑이 소진되었을때, 그 버텨가던 마음이 다 떨어졌을 때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되면서 가정폭력이 끝나는 일들은 흔하니까. 어쨌든 복수를 택한 사람들을 모두 지지한다. 그게 마지막 살 길이었음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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