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야구

211101~02 와일드카드전

ZI0NY 2021. 11. 4. 23:21

나는 바보같이 이 개쓰레기팀이 또 가을야구에 가기를 바랐다. 누가봐도 감독도 포기했고, 팬들도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지만 우리 영웅들이 포기를 하지 않았다. 바보같이 또 열심히하고, 운 좋게 경쟁팀이 지면서 11%의 확률을 뚫고 이 바보같은 팀은 또 와일드카드전을 했다. 작년에는 2위와 5위 사이에서 져서 5위가 되었다면, 이번에는 5위와 7위 사이에서 아득바득 5위를 해냈다. 

트위터 @ioio5252

10월 30일 최종전이 끝나고 올라온 이 트윗처럼, 영웅들은 주특기 '포기하지 않기'를 보여줬다. 그래서 사실 와일드카드전은 1차전에서 지더라도 나는 박수쳐 줄 수 있었기에 그 추운 날에 잠실구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1차전 깃발

이씨발 바보같은 팀 같으니라고. 선취점을 얻고, 따라잡히면 또 달아나고 따라잡히면 또 달아나고를 반복하면서 이 쓰레기같은 팀은 또 안 졌다. 와일드카드전에 5위팀이 4위팀을 상대로 1승을 거둘 확률은 고작 17%였다. 그리고 우리 영웅들은 아득바득 이 17%를 이겨냈다. 꼬박꼬박 공 많이 보고 출루한 작고 소중한 용큐도, 죽도록 달리고 집중력 잃지 않은 우리 주장 혜성이도, 필요할 때마다 꼬박꼬박 점수 내준 영원한 4번타자 뱅도, 대타로 올라와서 멋지게 희생타점 올려준 웅빈이도, 초반 2점을 내면서 분위기를 챙겨와준 이지영도, 가을마다 넹글 도는 미친놈 송성문도, 모두 열심히 잘 해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9회 2사에서 주자를 모두 들여보내는 싹쓸이 2루타를 포함해서 경기를 완전히 캐리해 준 이정후까지, 이 팀은 완벽했다. 물론 투수교체에서 홍원기를 제외하고는 씨발 이새끼는 언제 나간다니? 더 욕할건 2차전에 있기 때문에 홍가 욕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나는 원래 야구 보면서 동영상을 안 찍는데 이상하게 감이 올라와서 동영상 촬영을 딱 시작했는데 바로 여기서 웅빈이가 달아나는 희생타를 쳤다. 그래 웅빈이는 된다니까요. 제가 몇년째 김웅빈 이름만 입에 달고 사는데 웅빈이는 진짜거포라구요. 아무튼 어떻게 딱 한 타석도 아니고 딱 한 구를 찍는데 이게 되냐고 되는 날은 정말 되는 날이었다.

이렇게 꾸역꾸역 하지만 달콤하게 이겼다. 추워서 약간 몸살기운이 있긴 했지만 정후가 상받고 인터뷰하는 건 봐야해서 또 서있고...

꽃다발이 아니라 새우깡다발. 혀캠보면 이거 병우가 하나 받았다.
이 스타성 꼬박꼬박한 놈은 팬들한테 인사도 해 줬다

아무튼 진짜로 좋았다. 이날 좋았던 게 얼마나 많았던지. 점수내고 덕아웃에 돌아와서 한없이 행복해 보이는 성문이도 그랬고, 9회에 2타점 2루타 치고 표효하는 정후도 좋았다. 니가 진짜 우리 영웅이고 몰랐는데 내 이상형인 것 같다;;

와일드카드 2차전의 내용을 쓰려니 감정을 참 많이 정리해야 해서, 이틀이나 지나서 쓴다. 바보같이 내가 야구선수도 아니고 정리할 감정이랄 게 있고 마음이랄 게 있다니. 아무튼 그렇게 초반에 폭사할 줄 몰랐다. 하지만 사실 알았다. 한현희가 다음 투수로 올라오는 순간 직감했다. 아 이 경기는 터졌구나. 10년쯤 전에 문성현이 2회만에 9점을 내주던 경기가 갑자기 스쳐지나갔다. 내 직감은 대체로 맞는 편이고, 그때 15대 몇으로 졌는데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16대 8로 졌다.

2차전은 하얀 깃발

한현희 이새끼는 원정중에 숙소도 무단이탈해서 방역수칙위반하며 술이나 쳐먹는 새끼지 이닝도 못 쳐먹고 삼진도 못 쳐 잡는다. 먹는게 그렇게 좋으면 씨발 마운드에서 흙이나 퍼먹었으면 한다. 진짜 짜증남. 내가 12년도부터 우리현희 우리현희 이러면서 유니폼도 마킹하고 끌어안고 산 세월이 있고, 그동안 선발이 빵꾸나면 선발로 불펜이 빵꾸나면 불펜으로 열심히 뛴 거 다 알아서 안쓰러워하면서 사랑했는데 팬의 사랑을 좆으로 보는 새끼는 프로선수가 아니다. 아무튼 홍가는 한현희가 경기를 터뜨린다는, 나같은 일개 팬도 예측하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심지어 달달하게 실점을 갈기는데도 그새끼를 계속 올려놓고 썼다. 한현희 이새끼는 와카 탈락해봤자 술이나 쳐먹으러 가겠지 씨발 

2차전이 시작하기 전, 잠실 하늘은 예뻤다.

와일드카드전 2차전에 병우는 2루타를 두 개 치고, 정후는 4안타 경기를 했다. 혜성이랑 용큐는 내야안타를 얻으려고 죽어라 뛰어서 결국 안타를 얻어내고, 그 와중에 혜성이는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해서 사람 심장을 철렁하게 했다. 안다치는게 중요하다 이새끼야 헤드퍼스트는 다치기만 한다 씨발 다치지말라고 아악!!!! 아무튼 이 경기는 홍가에게는 간절하지 않았나 보다. 이새끼는 포스트시즌이 무슨 40경기 하는 건줄 아는 것 같다. 우리는 딱 한경기 뿐이었는데. 중간에 나가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에도 덜덜덜 떨면서 잠실구장 3루에서 버텼던 건, 선수들이 너무 절박하게 뛰어서, 이 추운 날 다치기도 쉬울 텐데 죽도록 야구해서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9회에 팬들은 응원가를 맞춰 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그냥 박수를 쳤다. 그냥 우리 모두 너무 수고했고 너무 노력했고 너무 안타까워서 팬들은 계속 박수를 쳤다. 마지막에 몇 점을 더 내는 와중에도, 아웃을 당해도 계속해서 박수를 쳤다. 결국 세 개의 아웃카운트가 모두 잡히고 모두 하이파이브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덕아웃에 모두 들어올 때까지 팬들은 그냥 박수를 쳤다. 그만큼 절박한게 다 보이는 경기였다. 내가 저격총을 들고 가서 홍가를 천국으로 보냈어야 했는데 씨발. 

한참 지는 경기에도 그냥 계속 박수치고 춤추고 응원가를 반복해서 부르던 응원단과 인질로 잡힌 혀빠들

마지막 공격이 시작하기 전.

우리는 그렇게 졌고 우리는 그렇게 2021시즌을 마무리했다. 아득바득 꾸역꾸역 기어올라간 가을야구는 그렇게 희열과 눈물을 남긴 채 우리를 남겨두고 떠나갔다.

늦은 여름은 끝났고 다시 이른 여름을 기다리며 겨울나기를 시작해야 한다. 나는 와일드카드전 다음 날을 몸살로 꼬박 앓았고, 조금 나아지자마자 이틀째인 오늘 병원에 다녀왔다. 너무 추운 날씨에 오래 야외에 노출되어서 손이 붓고 손가락의 피부가 다 트고 찢어졌고 발목 인대와 어깨 회전근이 손상되었다. 야구장에 몇일동안 다녔음을 자백했고, 의사는 추운 날 스트레칭 없이 몸을 가동범위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이 움직인 것이 화근이었을 거라고 말했다. 재활스트레칭방법을 배웠고, 야구보는 내내 상한 내장을 보하기 위해 내과에도 갔고, 만성적인 역류성식도염으로 인한 위염과 종종 발발하는 위경련때문에 술을 금지당했다. 그래서 야구가 시작하기 전까지 3~4달은 재활만 해야 한다는 판정이 떨어졌다. 시즌 끝나고 재활시작하는거... 내가 야구선수인지 약간 헷갈리고 어이도 없었지만 이건 사실 연례행사다. 이 겨울 동안 건강하게 회복해서 120%를 만들어놓아야만 다음 시즌을 또 견뎌낼 수 있다.

나의 아름답고 눈부신 지옥이자 고통스럽고 끔찍한 천국인 야구를, 내년에도 이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야구를 또 보기 위해서 나는 또 다시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 야구는 지옥에 떨어져야 있는 형벌이라고 하지만 야구가 있는 곳이 곧 천국이니까 꾸역꾸역 기를 쓰고 야구를 볼 거다. 야구 보고 병걸리는게 백 번 낫다. 야구도 못보고 건강하게 100년 살아봐야 인생에 무슨 행복이 있고 무슨 희열이 있고 무슨 온도가 있을까.

이 사랑스러운 씹쌔끼들아 내년에는 더 밝게, 더 높은 곳에서 빛나자. 내가 또 대가리터지게 응원할 테니까... 씨발... 야구의 굴레...

마음고생 많았을 우리 심장 박병호도, 한 시즌이 너무나도 힘들었을 아기주장(SPOTV해설 명명) 김혜성도, 어린 나이에 기둥이 되어준 이정후도, 돌려돌려 돌림판 수비를 한 송성문도, 유격듀스 101 하느랴고 깜도 안되는 유격 수비 한 1할따리 유격수들도, 이 얼레벌레 팀에서 중심 잡아준 이용규도, 내년에 군대갈 조상우 변상권 등등 소중한 우리 영웅들 무사히 내년에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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