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뭘까? 단순히 스포츠인가 싶지만 하루라도 안 보면 뭔가 시간이 텅 빈 것 같다고 느끼는 삶의 일부가 아닐까? 매일 매일 몸의 루틴이 6시 30분이면 (혹은 5시면) 야구를 보는 데에 맞춰져 있다 보니, 월요일이나 경기취소 등의 야없일(야구 없는 날)이면 시간이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야구가 있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밥도 잘 먹고 할 일도 꼬박꼬박 하고 심지어 집안일까지 싹싹 끝내고도 운동을 한 후에 씻고 나와서 맥주 한 캔과 함께 야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구가 없으면? 일을 하면 다행이고, 꾸역꾸역 하루를 대충 때우다가 보통은 밥도 굶은 후에 7시쯤 트위터에 들어가서 '오늘 야구 왜 안 하냐' 등의 내용을 담은 트윗을 몇 자 타임라인에 집어던지고 천장을 보면서 멍을 때리면 하루가 다 간다.
오늘도 그랬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삼작일 전부터 쭈욱 야구를 쉰 탓에 그냥 하루하루가 허망하게 흘러갔다. 그래 금요일, 토요일만 해도 오늘 야구 하겠지? 라는 기대를 경기취소 알람이 오기 전까지는 했는데 일요일에는 기대도 사라져서 창문 한 번 열지 않고 침대에 쳐박혀 있었다. 오늘은 당연한 야없일이다. 월요일이니까. 내일이면 야구를 하겠지.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야구란 뭘까? 세상에 그 많은 스포츠중에서도 나는 왜 야구에 미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6시 30분에 간단한 야식과 맥주를 먹지 않으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나지 않고,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게 되었을까? 더 옛날에는 야구 없어도 하루를 그럭저럭 난 것 같은데 보면 볼수록 허기지기만 하다. 예전에는 우리 팀이 우승반지만 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걸로 부족하다. 그러니까 우승 반지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냥 야구하는 걸 오래 보고 싶어서 한국시리즈까지 가야 하는 거고, 갔으면 우승을 해야하는 거다. 참 기묘하게 뇌가 개조되었다.
오늘도 무사히 야구 없이 4시 25분까지 버텼다. 이제 26시간 남았다. 야구 보는 내일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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