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90703 Riga, Latvia

ZI0NY 2022. 3. 8. 10:45

라트비아에 있는 수용소에 다녀왔던 날이었다. 아마 반-소비에트 수용소로 기억하는데 모든 수용소들이 그러하듯 이 안에는 그다지 정치범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고 가이드가 설명했었다. 사실 이런 수용소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의 흔적이 아주 선명하면서도 기괴하게도 살아있는 자는 없는 섬뜩함이 느껴져서 서대문형무소도 들어가지 못한 사람으로써는 큰 용기를 낸 것이다. 공기가 울렁거린다거나, 바닥이 무너질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여서 입구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 너무 힘들었다. 가이드 아래 사람들이 모이고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데 내가 from Korea라고 하자마자 그 애매한 웃음과 함께 North or South?라고 다시 질문했고 사실 여기서 존나 빡쳤다. 아니 소련의 사회주의를 표방한 독재체제로 인해 생겨난 수용소에서 독재주의 국가인 노스인지 자유주의 국가인 사우스인지 묻는 장난을 친다는게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그래서 빡쳐서 노스라고 했다 시발놈들아. 그러니까 이 백인놈들 표정이 싹 굳는게 볼만했다. 십새끼들아 그런걸로 장난질 치지 마라... 아무튼 그리고 나서부터 아무도 나한테 말을 안 걸었다. 그 전까지는 인사도 하고 그랬으면서 이새끼들 하여간에 으휴~ 암튼 수용소 내부는 엄청나게 섬뜩했다 숨막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최소한의 가스등만 남아있고, 사람을 사살하던 벽도 있고, 새는 없지만 깃털만 하나 떨어져 있는 우울이 느껴졌다. ㅁ모양으로 설계된 건물 한 가운데의 작은 콘크리트 바닥 중정에서만 수많은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며 산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기괴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게 리가 구시가지 중심지에서 도보로 10분이면 올 수 있는 번화가에 있다는 점까지. 1900년대에는 진짜로, 이곳은 최고 번화가 한 가운데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척 그렇게. 심지어 외관은 화려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건물 밖에 나오면 더 괴리감이 느껴진다. 스산하고 차가웠던 건물 밖에는 너무 따뜻하고 파란 하늘이 있었다. 수용소 내부 중정에서 바라본 하늘은 잿빛으로 느껴질정도로 쾌쾌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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