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독일 철학자다. 정확히 말해서는, 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서 평생 살았다. 그래서 사실 독일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프로이센은 엄청나게 큰 나라였고,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겪으며 조각나고 쪼개져서 결국 현재의 독일 영토만 남은 것이다. 그렇다면 쾨니히스베르크는 어디 있는가? 하면 바로 발트해 연안에 있다. 독일보다도 리투아니아, 폴란드와 가까운 그곳에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는 러시아 영토다.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패전으로 소비에트 연방에 할양되어.... 그렇게 소련이 되었다. 발트 3국이 독립하는 와중에도 독립하지 못하여 결국 러시아 영토로 남아서 Калининград라고 표기된다. 아무튼 그렇기에 가는 길을 보면 일반적으로는 폴란드에서 배를 타고 가거나, 리투아니아에서 차를 타고 간다.
아, 이런 얘길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다시 칸트 얘기로 되돌아가면, 칸트는 시계같은 사람이었다. 정확히 같은 시간에 같은 곳을 지나치고, 쾨니히스베르크라는 작은 도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유명 대학에서 교수 섭외가 들어와도 모두 거절하던 인간이었다. 그리고 아주 엄격하며, 합리론과 경험론을 비판하고 종합하여 발전시킨 철학자다. 칸트에게 정의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어떠한 참작의 여지도 없는 엄정한 정언 명령의 형태를 띈다. 사람이 왜이렇게 빡빡하고 까끌까끌하게 구는지는 칼리닌그라드에 오면 알 수 있다. 이 미친 동네 칼리닌그라드의 일기예보를 보면 여름에는 맨날 비가 오고 겨울에는 매일 눈이 온다. 내가 간 건 여름이었는데, 아침에는 하늘이 시커멓게 변해서 미친듯이 비가 떨어지길래 독기가득하게 칸트 성당까지 비를 뚫고 걸어가서 한 20여분쯤 칸트 무덤을 보고 있자니 하늘이 새파랗고 예쁘게 변했다. 이 미친 날씨... 그리고 갑자기 비가 또 내리다가... 성당 구경을 하고 나오니 다시 새파란 하늘이 있었다... 진짜 미친 날씨... 사람이 까칠하고 빡빡하고 예민하고 엄격하고 고집불통이 되는 데엔 이유가 있다.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라는 문제를 아는가? 일종의 한붓그리기인데, 칸트가 사는 쾨니히스베르크에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7개가 있다. 이 7개의 다리를 두 번 건너지 않고 모두 건너는 방법을 찾는 문제인데... 실제 칼리닌그라드에는 다리가 3개 남아 있다. 전쟁 중에 4개의 다리는 폭파되어 사라졌다고 한다. 아무튼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도 보니 아무튼간에 기분이 짱 좋긴 했다... 아래 사진 속 다리들 중 강 위로 보이는 작은 다리들은 모두 쾨니히스베르크 다리이다. 그리고 소련식 건축물은 진짜 이상하고 기묘했다.... 지어 놓고 사용하지 않는 건물들도 많았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지어져서 갑작스러운 연방 붕괴로 사용하지 않게 된 건물들이 많다고 했는데 진짜였다... 특이하게 생긴 건 다 소비에트 건물이다. 아무튼 칸트 성당도 보고 이것저것 보고 구경하고 어쩌구저쩌구 한다음에 근처 마트까지 걸어가서 장도 봤는데 잡채? 같은 한국인(혹은 고려인)음식이 많아서 신기했다...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은 까칠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친절하게 대해 준다... 난 쫄보라 약간 쫄..았다...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0728 Vilnius, Lithuania (0) | 2022.03.12 |
---|---|
190704 Kaliningrad, Russia (0) | 2022.03.08 |
190703 Riga, Latvia (0) | 2022.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