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책

단요, 《다이브》

ZI0NY 2024. 1. 27. 22:22

《지금, 다이브》에서의 2123년의 서울이 사이버펑크로 뒤덮혀서 사이버스페이스로 다이브해야했다면, 단요의 《다이브》는 2057년의 비교적 가까운 서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물 속에 잠겨버린 서울, 그 서울을 뒤덮은 바다로 다이브해야한다.

 

오랜만에 읽는 청소년문학이다. 청소년문학의 좋은 점은 아무래도 기괴한 묘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천천히 바다에 잠겨버린 도시가 아니라, 전쟁으로 한순간에 물에 잠긴 도시라면 응당 그 물이 불러온 죽음을 낱낱히 묘사하는 장면이 있기 마련인데, 기쁘게도 그런 묘사가 없어서 잔혹한 현실이 있는 디스토피아가 아닌 아름다운 물속의 몽환적인 디스토피아를 읽을 수 있었다. 주 배경은 마포구에 있는 노고산(해발고도 104m)이다. 그리고 남산(해발고도 270m)가 옆동네같은 느낌으로 등장한다. 거의 지상으로부터 최대 100미터까지 물에 잠겨버렸다는 이야긴데, 약 아파트 30층 높이가 된다. 서울에 초고층 빌딩이 많다지만 이만큼 물이 차오르면 어쨌건 땅은 대부분 사라지고 30층이 넘는 빌딩들만 섬처럼 멀리 떨어져버릴 것이다. 그렇게 지나치게 바쁜 도시의 사람과 기술이 모두 수장되면서 서울의 시계가 멈춰버린다. 그렇게 멈춰버린지 15년동안 기계를 고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걸 수리하며 살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은 물 속으로 돌아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들을 주워 올린다. 그렇게 과거로부터 주워올려진 것 중 하나가 이 책의 주인공, 수호다.

수호는 잘 만들어진 로봇이다. 물에 잠기지 않았고, 기술이 최대치로 발전해있던 15년전의 서울에서 온 과거의 기억이다. 선율이 아득한 물 속으로 다이브해서 찾아온 수호는 다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물 속으로 다이브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크게 물 속으로 다이브하는 아이들과 산 위에 앉아서 기계를 고치는 노고산 삼촌이나 판교 사람들로 나눠지는데, 처음에는 물 속으로 뛰어들어 과거에 끊임없이 손대는 아이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왜 산 위의 삶을 살지 않고 물 속에서 자원을 찾아오는 삶을 전부로 여기는지에 대해 작은 의문이 있었다. 내용이 전개될수록 물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주 용감한 일이었고 물에서 멀어진 채 사는 건 과거에 대한 회피로 읽힌다. 이 아이들은 기꺼이 과거를 열어볼 수 있으니까, 현재를 위해서 위험을 무릎쓰고 닫힌 상자를 열어 볼 용기가 있기에 다이브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이브는 끊임없이 과거의 서울로 돌아가는 행위다. 그렇기에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18살로 멈춰진 채 15년만에 깨어난 수호마저도 그렇다. 자신의 메모리가 업데이트된 날짜와 자신이 제작된 날짜의 갭 사이에 있는 자신의 것이 아닌 자신의 기억을, 다시 말해 누군가 강제로 닫아 놓은 상자를 스스로 열기 위해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기꺼이 서울의 바다로 다이브해서, 자신이 살던 집으로 헤엄쳐서. 이 아이들이 찾아낸 결말은 늘 그러하듯이 청소년소설다운 끝을 맺는다. 모든 인물들이 품고 있던 이야기들은 하나씩 차분하게 풀리고 인물들은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그 일상이 2024년의 서울도, 2042년의 서울도 아닌 물에 잠겨버린 2057년의 서울일지라도.

다 읽고 나면 수호가 있던 곳에 함께 쌓여 있던 큐브 속의 로봇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기억을 가진채로 누군가를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들을 말이다. 깨어나는 것조차 선택할 수 없는 수많은 대용품들을 대용품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봐 줄 누군가가 모두 그들에게 나타났으면 좋겠다. 수호에게 그런 사람이 나타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