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쓸까말까 생각이 많았다. 왜냐하면 내가 앞서 쓴 리뷰들과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낙원」은 《U, ROBOT》의 「파라다이스」이고, 「토요일」은 거의 마지막으로 쓰려고 순서를 잡아둔 《여성작가SF단편모음집》에 수록되어 있다. 「우주를 건너온 사랑」은 《일상 탈출 구역》에 수록되어 있으며, 「깊고 푸른」은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에, 「4퍼센트」는 《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에 있다. 그럼 단 세 편이 남는데, 바로 「호수의 여신」, 「착한 아이 피노」, 이 책의 대제목이기도 한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다. 그래서 이 책을 빼고 《바람결에 흩날리고 강을 따라 떠도는》과 《지우전》의 순서를 가지려고 했으나... 슬프게도 《지우전》을 못 샀다.... 그래서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가 내 오블완을 구원하러 왔다! 다른 단편들은 이미 언급한 적 있고, 언급하지 않은 단편들도 언젠간 나는 말하게 될테니.. 오늘은 단편집이지만 오직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에 대해서만 시간을 할애해 보겠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정말로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다. 귀여움의 기준은 행성마다 다른데, 어딘가에서는 모기가 사랑스럽고 어딘가에선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이 사랑스럽다. 결국 외형적으로 귀여운 게 아니라 심장이 간질거리는, 사랑이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다. 사랑이란 뭘까? 사실 나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우리 고양이는 열 다섯 살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내가 이 애를 처음 봤을 때는 징그럽다고 생각했고, 회색 쥐새끼 같다고 (한껏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서) 생각했다. 그렇게 십오 년이 흐르고 나서는 이 고양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벅차오르기도 한다. 사랑이란 건 결국 구해내는 힘이다. 오래오래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얘를 지켜내려고 살아내는 삶처럼, 이 사랑은 나를 구해내는 힘이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사랑은 지구 행성의 인간종의 95%를 구해낸다.
지구에 사는 비인간 생물종들을 위협하는 존재인 인간종의 95%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아주 긍정적인 효과라고 설명하는 행성인과 고양이종의 10%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아주 부정적인 효과라고 말하는 행성인 사이에서, 결국 귀여운 고양이를 10%도 잃을 수 없다는 순수한 이상과 논리가 승리를 거두며 지구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는 에테르 통로 건설이 취소된다. 하지만 이건 순수하게 아름다운 사랑이 승리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왜냐면 이 속엔 오직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들을 설득하기 위한 협박(ㅋㅋ)이 있었다. 그런데 또 이 협박과 행동마저도 또 다른 어떤 사랑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라는 암시가 나와서, 열린결말매니아는 머리를 후려쳤다. 2편 주세요 2편....
어쨌든 사랑은 승리한다.
승리해야만 한다.
비록 혐오가 만연하고 인종청소가 있으며, 정치적으로 이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고, 전쟁을 일으키고, 이를 묵인하는 이들로 사회는 이루어져있지만 그래도 사랑이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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