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색을 했다는 내용이 왜 일기쓰기가 아니라 좋아하기 탭에 있는가 하면 나는 탈색을 겁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기분이 좀 나가리다 싶으면 탈색을 해야만 한다. 이건 어떠한 종류의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염색이 아니라 탈색을 좋아한다. 머리털 색을 다른 걸로 물들이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색을 빼버리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탈색을 처음 하게 된 건 고등학교 졸업식 직전 즈음이었다. 아마도? 사실 정확히 생각이 잘 안 난다. 탈색을 하도 많이 했어야지... 아무튼 고등학교에 핵폭탄을 떨어뜨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졸업식에 염색을 하고 온 친구들은 여럿 있었지만 모두가 밝은 갈색 정도에서 멈췄지... 형광핫핑크는 나 하나뿐이었다. 진짜 기분 최고였다.
그 후로도 회색에 핑크 옴브레, 청록색, 코발트블루, 회청색, 백색, 연노랑색, 연두색, 주황색, 빨강색, 딥버건디, 연보라, 딥퍼플 뭐 하여간에 엄청 많은 색을 했고 전체염색 부분염색 옴브레염색 좌우반반 상하반반 안팍반반 온갖 방법으로 염색을 했다. 계절마다 머리색을 바꾸는, 뿌염을 할 때 전체를 다 빼고 다시 염색을 하는 미친 짓을 한참을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근 1년간 교생실습과 코로나로 인한 외출제한으로 다시 탈색을 할 기력을 모두 잃고 까만머리로 대충 살았다. 그런데 킹갓짱 지원금이 나왔고 그 돈으로 호다닥 영양제 사고 염색을 했다. 취업장려금은 이런데 쓰는거다. 도저히 살 힘도 없는 나약한 취준생이 영양제라도 먹으면서 버티고 기분전환이라도 하면서 좀 더 아좌좌 할 수 있게 하는 것. 아무튼 최근 들어 가장 파이팅하긴 했다. 힘내서 은행에 현금서비스도 갚고 집도 청소하고 좀 사람같이 변신중이다.
그렇게 탈색은 나한테 요술봉같은거다. 들고 한바퀴 돌면 드레스로 뿅하고 바뀌고 마법소녀가 되듯이, 밑바닥에서 울고있는 바보같은 내가 힘이 펄펄 나는 마법소녀가 되는게 바로 탈색이다. 살려면 뭐 어쩌겠는가 나한테 내가 힘을 불어넣어 줘야지. 내가 마법소녀는 아직 못 되었지만, 언젠가 될거긴 하다. 마법소녀가 마법을 쓰듯이 나도 나한테 마법을 걸어줘야지. 내 인생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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