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책 28

SF 작가의 고전 SF 오마주 《책에서 나오다》

어제 아서 코난 도일의 《마라코트 심해》를 읽었다면 오늘은 그의 오마주인 「미싱 링크」를 읽을 차례다. 《책에서 나오다》에는 「미싱 링크」를 포함한 7개의 오마주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마라코트 심해》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어슐러 K. 르 귄의 작품 중 몇 권 뿐이라서 아직  《책에서 나오다》를 다 읽진 않았다. 오마주를 먼저 읽으면 원작? 고전SF를 읽을 때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놔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애진의 「미싱 링크」는 아서 코난 도일의 《마라코트 심해》와 반대다. 마라코트 박사가 심해를 탐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내려갔다면, 설여울 박사는 지상의 공기층과 대륙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위로 올라간다. 여기서 내가 가진 의문은 지구의 육지 ..

일상/책 2024.11.14

아서 코난 도일, 《마라코트 심해》

박애진 작가의 책을 줄줄이 쓰다가 왜 아서 코난 도일로 왔는가 하면... 그 이유는 내일 밝혀집니다. 아서 코난 도일이 누구냐 하면 셜록홈즈의 그 코난 도일이 맞다. 그는 꽤나 SF소설을 많이 썼는데, 이 소설들은 출간된지 100년이 지나 고전 SF소설이 되었다. 《마라코트 심해》도 그 중 하나다. 1927년, 데카르트와 칸트를 위시한 이성주의가 유럽 철학의 중요한 흐름이 된 지 짧게는 100년에서 길게는 200년이 넘은 시점이다. 이성과 논리, 과학이 지배하던 세계에서 그 과학을 기반으로 한 픽션 소설이 쓰이기 시작한 시기다. 거기에 제국주의의 팽창적 행보로 미지의 땅을 탐사해서 알아내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식민지라는 거대한 부를 가져다주었으며, 아문센과 스콧의 극점 탐사와 같이 개인의 연구와 영달에서 ..

일상/책 2024.11.13

로켓 발사 앤솔러지 《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내가 어제 좋아한다고 말했던 두가지.. 로봇과 로켓. 오늘은 로켓 이야기다. 나는 로켓을 좋아한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첫 번째의 로켓은 나로호였다. 얼마 전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 컴퓨터실에서 몰래 기사를 검색하고, 발사체 분리에 실패하는 영상을 봤던게 어렴풋이 떠오르는 걸 보면 십년은 더 된 일이었을 거다. 이 때쯤에 매일매일 나로호 기사를 검색해서 보고, 러시아와 기술협약을 해서 러시아 기술로 만들어진 엔진을 받아왔던거나 몇백킬로미터정도 날릴 수 있다는 내용들이 대충 떠오르는 걸 보니 그때에도 어지간히 좋아했나보다. 그러니까 발사에 성공한 날이 아마 겨울방학이었는데, 낮에 티비로 생중계를 보다가 울었겠지.. 나로호가 세번째였나 네번째였나 하여간에 몇 번의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하고, 발사체가 무사히 ..

일상/책 2024.11.11

한국 SF 단편 10선, 《U, ROBOT》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쓸 독후감은 로봇과 로켓이다. SF라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매우 좋아하는데, 로봇이라는 존재가 주는 인간성과 비인간성은 인간과 이질적이면서도 꽤나 동질적이기 때문이다. 로봇이라서 할 수 있는 비인간성으로 설명되는 잔혹함, 공감 결여, 혹은 맹목적인 목표지향성이 소설에 등장한 로봇에서 드러날 때가 기괴해서 인상에 깊게 남는 동시에 로봇이지만 인간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며 배우거나 혹은 공학적으로 탑재된 인간성, 즉 다른 존재를 보호하려는 행동이나 자기희생이 드러날 때 '인간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하지만 지금 독후감을 쓸 박애진의 「파라다이스」에는 특별히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움직..

일상/책 2024.11.10

SF 일상 단편 앤솔러지, 《일상 탈출 구역》

앞서 독후감을 남겼던 《일상 감시 구역》의 다음 단편집이다. 같은 세계관을 쓴 작가도 있고, 앞 편과 다른 이야기를 쓴 작가도 있다. 이번에도 중점적으로 쓸 단편은 박애진의 「우주를 건너온 사랑」이다. 이 이야기는 「목격자」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다만, 「우주를 건너온 사랑」이 훨씬 더 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목격자」에서 파인딩 시아에 타고 있던 네 클론 아이들 중 하나인 소피아가 더 성장해서 관광 행성인 험다에 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전에는 클론의 제작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우주를 건너온 사랑」에서는 클론이 차별받을지언정 꽤 많은 비율을 행성에서 차지하고 여러 사건을 총괄하던 페가수스 우주 정거장이 폐가전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받고 있는 등 배경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일상/책 2024.11.08

SF 일상 단편 앤솔러지, 《일상 감시 구역》

오블완 챌린지 첫번째 책은 김동식, 박애진, 김이환, 정명섭의 단편 모음집 《일상 감시 구역》이다. 그 중 박애진의 「목격자」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고립된 곳에서 적은 인원이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발생한 문제'를 그리고 있다. 일종의 밀실추리물인데, 이 공간 자체도 고립되어있지만 사실상 독자가 심리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이유는 '현경'이라는 인물 단 한 명의 시점에서만 진행되고 있다는 답답함과, 현경이라는 인물 자체가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독후감을 남겼던 《사장을 죽이고 싶나》도 밀실추리물이었는데, 이 책은 공간 자체가 밀실이었을 뿐 시점은 위바이통을 중심으로 본 전지적 작가 시점이었기에 정보가 부족하면 부족했지 잘못된 것은 없었던 것에 비해..

일상/책 2024.11.07

정보라,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줄 몰랐다. 정확하게 더 길게 설명하자면 한강의 책이야말로 시대가 원하는 리얼리즘이고, 일종의 고발 문학이기 때문에 수상을 많이 했고, 할것이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거라고는 거의 알렉시예비치가 노벨상을 받을 때쯤부터 생각했지만 노벨문학상이 한국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나는 한강이 노벨상을 수상한 그 날 저녁부터 다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슬쩍.. 정보라를 밀고 있다. 물론 SF가 받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겠지만 암튼 밀고 있다.한강의 책도 리뷰를 쓰고싶은데, 솔직히 말하면 다시 읽을 자신이 없어서 미뤄두고 있다. 거의 10년 전쯤 읽었을 때도 뇌 한 구석을 쇠꼬챙이로 긁어내리는 것만 같은 따끔거리고 아프고 견디기 힘든 감각이 있었기에 지금은 더더욱 자신이 없다. 암튼 그래..

일상/책 2024.10.28

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선, 《어느 노동자의 모험》

블로그에 올릴 책을 고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누군가 이 책을 함께 읽었으면 좋겠거나, 혹은 작가가 우연한 검색 속에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는 독자를 발견해 주길 바라면서 쓰기 때문이다. 《어느 노동자의 모험》을 처음 읽은 건 출간된 직후였으나, 어쩐지 쓸 의욕이 나지 않았다. 자꾸 내용이 생각나서, 내 뇌의 간질거리는 어느 부분을 긁어주길 바라서 다시 읽으면서도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약 반년 간 계속 펼쳐 본 의리를 발휘해서 조금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왜 이 책이 싫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목차는 아래 접은 글에 남긴다.더보기배명은, 「삼도천 뱃사공 파업 연대기 」 은림, 「카스테라」 이서영, 「노조 상근자..

일상/책 2024.07.11

범유진,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올릴까 말까 고민이 길었던 책이다. 재미가 없는 책은 칼같이 올릴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재미없어서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 중, '우주'와 '로봇'을 빼고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왜 독후감을 쓸까 말까 고민했냐면, 어떤 책은 반전이 없다고 생각하고 읽어야 진짜 재밌기 때문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러하다. 학교에서 가장 선망받는 퀸카의 죽음, 그리고 이걸 추적하는 학생과 추적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학 재단과 이사장의 비밀... 이렇게만 보면 이건 아주 간단한 학원 추리물이다. 뒤에 반전이 있을 거라는 예측도 쉽게 할 수 있다. 사실 죽은 게 아니라 죽음으로 위장한 거라던가, 아무 관련 없어 보이던 추적자가 사실은 살인자라던가, 적처럼 보였던 이가 동지였다던가 하는 익숙한..

일상/책 2024.02.22

단요, 《다이브》

《지금, 다이브》에서의 2123년의 서울이 사이버펑크로 뒤덮혀서 사이버스페이스로 다이브해야했다면, 단요의 《다이브》는 2057년의 비교적 가까운 서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물 속에 잠겨버린 서울, 그 서울을 뒤덮은 바다로 다이브해야한다. 오랜만에 읽는 청소년문학이다. 청소년문학의 좋은 점은 아무래도 기괴한 묘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천천히 바다에 잠겨버린 도시가 아니라, 전쟁으로 한순간에 물에 잠긴 도시라면 응당 그 물이 불러온 죽음을 낱낱히 묘사하는 장면이 있기 마련인데, 기쁘게도 그런 묘사가 없어서 잔혹한 현실이 있는 디스토피아가 아닌 아름다운 물속의 몽환적인 디스토피아를 읽을 수 있었다. 주 배경은 마포구에 있는 노고산(해발고도 104m)이다. 그리고 남산(해발고도 270m)가 옆동네같은 느낌..

일상/책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