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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5. 14 황금사자기 성남고 @목동

오랜만에 목동! 너무 오랜만이라 언제 또 올지 몰라 카메라 들고 갔는데 들고 가길 참 잘함ㅎㅎ 물금고도 이기고 성남고도 이기고 야구끝나자마자 집회 가니까 집회 시간도 딱 맞음. 부지런한 휴일이었다. 학생들은 계속 새로 입학하고 졸업하며 바뀌니, 아는 이름이 두세명 정도밖에 없었다. 혹시 내가 잊은건 아니겠지 (근데 난 우리반이었던 애들 이름도 이제 거의 다 잊긴 했다.ㅎ) 3타점 올리고 공수교대 동영상에서 들리는 끼익끼익 소리는 초점 돌아가는 소리입니다... 흔들림은 손떨방이 고장으로 켜지지 않아서 이제 어쩔 수 없습니다... 새 카메라는 살 예정이 없습니다....

사진/고교야구 2025.05.15

범유진,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범유진 작가의 전작인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을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로봇과 로켓은 제외하고)이 들어있는 소설이라서 아주 즐겁게 읽었다고 평한 적 있는데, 그 때쯤 범유진 작가의 다음 책도 샀었다. 사놓고... 잊었다.... 너무 늦게 읽어 마음이 불편해져 한 줄이라도 적기 위해 칠만년만에 블로그를 열었다.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는 정말 기꺼이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법제도와 통계 내에서 가정폭력으로 잡히지 않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그들을 버리고 망가뜨리고 죽이려 한 그대로 버리고 망가뜨리고 죽이는,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주요 맥락은 또 하이하와 마마가 가져가고 있고, 이건 이것대로 또 사이비 종교와 정치와 연결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현 한국 ..

일상/책 2025.05.09

봉현, 《그럼에도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이 책은 아주 평범한 이야기인 동시에 아주 특별한 이야기다. 문득 자신을 돌아본 20대라면 흔히 느끼는 불안과 불안정, 지금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외국이 두려운 동시에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지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한국 땅은 나를 점점 작아지게 하지만 어쩌면 저 머나먼 나라에는 자유가 있다는 꿈을 꾸는 시기 말이다. (그리고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했다면 서울에서 느끼는 불안에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진짜로 떠나서 몇 년간 돌아오지 않는 것은 특별하다. 떠났다가 돌아올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서울에서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커녕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막함이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의 작가는 떠났고, 돌아왔다...

일상/책 2025.04.10

존경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하느님

존경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하느님, 오직 무정하고 무관심한 당신이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만을 믿는 유신론자지만 이 기도는 들으십시오. 비와 바람을 그쳐 주시고, 눈과 추위를 몰아내 주소서. 뜨거운 태양이 아니라 따사로운 태양을 드리워 더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 마소서. 고공에 오른 동지들이, 네 명의 노동자가 견뎌낼 수 있는 날씨를 주소서. 결국 그들을 내릴 것은 땅에 발 디디고 있는 다른 동지들이 할 것이며, 거대 자본과 악을 벌하는 것은 투쟁하는 고공의 동지가 할 것이기에 오직 그들이 이겨낼 수 있는 날씨만을 주시오. 당신은 무정하고 무관심하여 무능하기에 존경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절대자라고 믿지도 않지만 오직 내 마음이 좋아지길 바라며 하는 기도요.

일상 2025.03.16

경찰이 저토록 다정했던 적이 있던가.

나는 경찰을 무서워한다. 싫어하고, 믿지 않는다. 이 모든 일은 내가 범죄를 저질렀음이 아닌, 경찰이 나를 범법자로 만들려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경찰은 방패로 벽을 치고 집회 신고 시간이 끝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차도로 사람들을 떠민다. 그렇게 떠밀린 사람들 중 하나가 나였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방향을 감을 잡지 못해 바깥쪽으로 나가며 잠시 어버버하는 사이에, 나는 경찰 방패와 맞닿게 되었다. 그 때 인도에서 차도로, 한 10센치가 조금 넘는 블럭 아래로 밀려 떨어질 때, 도로로 나가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말하던 경찰이 아직도 생생하다. 얼굴은 없는 어떤 검고 형광빛의 괴물같은 형태로 존재한다. 경찰서가 집 근처에 있으면 안전하다는데 나는 동네에서 경찰서가 있는 길로는 다니지 않는다. 내 옆에 있던 ..

일상 2025.01.03

그곳에 예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미 예수는 부활해서 어딘가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목수라니까 건설노조원일수도 있을 테지요. 하나 분명한 것은 12월 3일 계엄의 밤에 바로 옷을 입고 국회 앞으로 달려 나간 이들이 예수라는 사실입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예배당에서 신도들을 바라보는 이는 예수가 아니고, 찬 거리에서 시민들과 앉아있는 이가 예수일 겁니다.12월 21일, 동지의 남태령 고개에 농민들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간 이가 예수였을 것이며, 그 고개를 넘기 위해 전원 체포를 불사하며 트랙터를 몰고 온 이가 예수였을 것입니다. 난방버스와 핫팩, 보조배터리, 담요, 따뜻한 식사를 보낸 이들이 예수였을 것이고, 이거 경찰 도시락이라고 거짓말하며 시민에게 식사를 전달해 준 라이더가 예수였을 것입니다. 날씨를 견뎌가며 동..

일상 2024.12.23

2024 12 24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커다란 시위가 한 판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절차들은 더 높은 산이라서 저는 다시 거리로 뛰어나갈 것 같습니다. 왜 시위에 나가느냐고 묻는다면 저도 알 듯 말 듯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첫 번째 시위는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집회였습니다. 초등학생 때였는데, 부모님의 손을 잡은 것도 아니고 그냥 언니와 둘이 결정해서 시위를 하러 나갔습니다. 그 때의 내가 무슨 마음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두 번째 시위는 2015년입니다. 크게는 박근혜대통령 퇴진 시위라고 하지만, 이건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위이기도 했으며, 농업 민생을 요구하는 내용들 등등 다양한 각계각층의 요구사항이 들어있는 시위였습니다. 이 날, 멀리서 커다란 살수차를 본 듯도 싶습니다. 경찰..

일상 2024.12.14

241127 첫눈

오블완 챌린지의 마지막 날에 무슨 게시글을 써야하나 나름 생각을 많이 했고, 겨울과 관련된 책을 꺼내오려 했는데 첫 눈이 와버려서 눈 사진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꺼내보려 해요. 이건 새벽 다섯시의 눈. 일어나자마자 환기하려 창 열었는데 눈이 펑펑펑 내리고있어서 바로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근데 펑펑이 아니라 퍼퍼벅 으아악 살려주세요 하며 눈이 오고있었음... 우박이 섞인건지 하여간에 맞을때도 아팠다.... 사진을 찍어도 어쩜 저렇게 전투적일 수 있을까... 눈아 눈아 그리고 오후 1시쯤 다시 나가서 눈을 맞았다. 정말 펑펑펑 내려서 금방 눈사람이 될 정도였는데, 사진을 찍으니 그저 눈이 폴폴 내리는 아름다운 화면이었다. (*위 사진과 같은 카메라 셋팅) 단풍이 다 떨어지지도 못한 계절에 내린 대설이라, 이..

사진 2024.11.27

환상 문학 단편선,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어린 날의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작품을 두 개 꼽자면, 《폭풍의 언덕》과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가 있다. 전자는 해피엔딩만 있던 나의 소설 세계에 배드엔딩과 열린결말을 가져왔고, 후자는 판타지문학과 현실..문학? 이 나누워져있던 나의 세계에 현실에 비현실이 섞인 문학을 가져왔다. 참고로 폭풍의언덕을 너무 어린 나이에 읽으면 피폐물 마니아가 된다. 권장연령(초등학교 5학년 이상)보다 늦게 읽어도 된다. 물론 나는 초등학교 입학한 첫 해에 읽었다...미친놈. 아무튼 다시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이야기로 돌아오면,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는 혈육이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이다. 이 때 내 혈육은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에 미쳐 있었고, 이 책에 수록된 단편인 「샹파이의 광부들」을 읽기 위해서 대출해왔다..

일상/책 202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