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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

나는 같은 작품을 반복해서 보는 사람이다. 같은 작품을 다시 본다고 지루해하지도 못하고, 등장인물들이 나타나는 첫 장면부터 울어 버리는 사람이다. 《인터스텔라》에서 5차원의 책장 뒤에 갇힌 쿠퍼 씨처럼,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싹싹 빌면서 엉엉 울곤 한다. 《인터스텔라》에서는 보통 처음 머피가 바람 부는 날 자신의 방에서 모스 부호를 발견했을 때부터 운다. 이정도면 거의 미친놈 아닐지.. 《승리호》에서는 꽃님이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울기 시작한다. 뭐 이런 식으로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울어서 표지만 봐도, 포스터만 봐도 눈물이 나는 작품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 수록된 박애진의 「토요일」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너무 슬프다.「토요일」을 ..

일상/책 2024.11.25

무조림 만들기

주말 점심메뉴는 무조림입니다. 그리고 무가 작아서 다 했는데.. 한 4조각만 썰 껄 후회했습니다. 이거 내일모레까지 먹게 생김. 필요한건 간단하게 무와 간장, 생강 (팽이버섯 취향껏, 고춧가루 취향껏, 대파 취향껏, 만두 취향껏) 먼저 무를 적당히 썬 다음에 팬에 구워줍니다. 무가 어느정도 구워지고 나면 팽이버섯도 구워줍니다. 무를 좀 많이 구웠는데, 그냥 그을린 척만 할 정도로(?) 살짝만 구워줘도 충분해요. 그리고 만든 양념을 부어서 졸입니다. 양념 담았던 컵에 물까지 담아서 한 컵 부어주면 90%는 끝이라고 보면 됩니다. 색깔 구색상 대파도 넣고,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어져서 만두도 넣고, 고춧가루는 아니지만 간 고추도 한블럭 넣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간장+생강+연두정도로만 맛을 내기 때문에..

일상/음식 2024.11.24

박애진, 《바람결에 흩날리고 강을따라 떠도는》

내가 어떤 책을 싫다고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통 싫다고 말하기 전에 가져다 버리기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은 버리기엔 재밌고, 읽기엔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서술은 아니다.영주나 상인이 후원하는 '여행가'라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관이다. 그리고 책 뒷표지에는 '그곳에서는 금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고, 강물에 섞여 흐른다고 했다.'라는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그래서 초반에 읽으면서 주인공이 시련과 고난을 지나서 황금의 땅 엘도라도로 가는 이야기일지 추측했다. 아무래도 황금의 폭포는 엘도라도 이야기니까... 생각과는 조금 다른 전개였지만, 아무튼 그래서 싫었다는 건 아니고 다른 이유로 읽기 피곤했다...일단 앞부분에서는, 주인공의 시련이 정신적인 쪽을 자극하는 동시에 육체적인 쪽에도 있어서 읽는 내가 너무..

일상/책 2024.11.23

박애진,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이 책은 쓸까말까 생각이 많았다. 왜냐하면 내가 앞서 쓴 리뷰들과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낙원」은 《U, ROBOT》의 「파라다이스」이고, 「토요일」은 거의 마지막으로 쓰려고 순서를 잡아둔 《여성작가SF단편모음집》에 수록되어 있다. 「우주를 건너온 사랑」은 《일상 탈출 구역》에 수록되어 있으며, 「깊고 푸른」은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에, 「4퍼센트」는 《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에 있다. 그럼 단 세 편이 남는데, 바로 「호수의 여신」, 「착한 아이 피노」, 이 책의 대제목이기도 한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다. 그래서 이 책을 빼고 《바람결에 흩날리고 강을 따라 떠도는》과 《지우전》의 순서를 가지려고 했으나... 슬프게도 《지우전》을 못 샀다.... 그래서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

일상/책 2024.11.22

토란 뇨끼 만들기 +김치 오일소스

토란이 생겼다. 토란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먹어야 할 지 고민하다가, 감자처럼 쫀득하다길래 뇨끼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토란은 언니네텃밭 꾸러미로 배송이 온 건데, 내가 사는 지역하고 다른 곳에서 오다보니 우리집에서는 재배하지 않는 채소들이 많이 와서 신기하다,, 암튼 토란 손질하고 토란 뇨끼 만들기 렛츠고토란은 일단 한 번 씻은 후에 가볍게 2~3분 데쳐주고, (사진에는 없지만) 찬물에 식히면서 칼이나 철수세미로 긁어주면 껍질이 주르륵 벗겨진다. 정말로 쏙 알맹이만 나온다!! 그러면 다시 쌀뜨물에 푹 삶은 후에, 찬물에 식히면 손질 끝! 쓸 만큼을 빼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서 보관하고, 쓸 토란은 따끈할 때 으깨준다. 덜 익었으면 다시 물에 넣어서 푹 삶으면 된다! 밀가루나 전분가루를 넣어서 반..

일상/음식 2024.11.21

박애진, 《명월비선가》

또 왔다! 조선스팀펑크! 이 책은 《기기인 도로》에서는 도로가 단편들을 연결하는 공통 인물로 등장한다. 그 중 박애진의 「군자의 길」과 세계관을 같이 하는 책이다. 회회인의 얼굴을 한 기기인인 '도로'는 '명월'이 유일하게 갖지 못한 남자다. 9년만에 도로가 다시 명월이 있는 명월관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책의 막바지에 휘몰아치기보다 한 겹 한 겹 얇게 쌓아올라가는 명월의 집념과 욕망, 고민이 책에서 주를 이룬다. 결말은 그저 독자들이 추론한 그 모든 레이어들을 확정시킬 뿐이다.  명월은 유일하게 도로가 인간이 아니라 기기인인 걸 눈치챈 사람이고, 그래서 그의 몸을 탐할 이유가 가장 없는 자인 동시에 그가 기기인이기 때문에 가장 그를 탐하는 자가 된다. 이 때만 해도 명월의 목표가 진짜 인간에 ..

일상/책 2024.11.20

조선 스팀펑크 연작선 《기기인 도로》

드디어 왔다. 조선스팀펑크! 《기기인 도로》는 조선시대에 증기기관이 있었다면... 이라는 if에서 시작되는 단편 연작선이다. 읽을수록 도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말은 또 다 되는 이상한 재미가 있다. 역사랑 다른 것은 하나도 없는데, 기묘사화에 증기기관이 얽혀 있질 않나, 증기마와 증기마차를 타고 이성계가 전쟁엘 나가지 않나, 홍국영이 로봇이질 않나, 하나같이 역사와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맨 첫번째로 수록된 김이환의 「증기사화」를 읽으며 훈구와 사림의 대립과 그로 인한 사화, 그리고 조광조와 주초위왕(이 소설에서는 초승심위왕이다) 사건을 사관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이것에 촘촘하게 증기기술이 엮어 둔 것이 기묘했다. 말이 되는데 말이 안 되는 이상한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 들어서 더 ..

일상/책 2024.11.19

당근과 단호박 키우기

고수도 다 먹었겠다. 당근과 단호박을 키우는 중입니다.사실 당근은 안 키우고 당근잎을 키우고 있습니다. 당근 잎이 맛있거든요. 전 당근은 안 먹어서..당근을 키우기 시작한 건 9월 초... 더위가 한 풀 꺾인 이후였습니다. 원래 그 전에 심었는데 택도 없이 싹이 안 나다가 더위가 한걸음 떨어지자마자 싹이 올라오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 (11/18)까지 당근은 쑥쑥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약 3주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당근이 잘 자라고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하루만에! 정말로 하루만에 이상한 싹이 올라와 있었다니까요... 괴수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걍 뽑아버림. 근데 뽑고나서 눈치챔. 꽤 오래전에 단호박을 구워먹을 때... 그 때 심은 씨앗 중 하나가 발아한 것..

일상/원예 2024.11.18

전래동화 앤솔러지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어제는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설화나 민담 속에 나오는 이들이 현실에서 사는 모습을 읽었다면, 오늘은 동화 속의 나오는 이들이 미래에서 사는 모습을 읽을 차례다. 기계 기술자인 심청이는 동화처럼 인당수로 들어가고, 안드로이드 로봇은 용왕을 위해 클론의 간을 가지러 가며, 오누이가 아닌 두 아이는 줄을 타고 태양의 비밀 가까이 다가간다. 장화를 찾아서 우주로 나서는 홍련이 있으며, 흥부처럼 행동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과학적 믿음이 있는 사회가 있다.  다섯 편의 단편 중 박애진의 「깊고 푸른」은 심청이 이야기다. 눈이 먼 아버지가 있고, 아버지의 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인당수에 들어가야 한다. 캐릭터성이 오직 심성이 고운 효녀로만 강조되었던 전래동화 속 심청이와 다르게, 「깊고 푸른」의 청이는 기계를 잘..

일상/책 2024.11.17

박애진, 《우리가 모르는 이웃》

《우리가 모르는 이웃》은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다름을 억눌러서 주변과 비슷해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다름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내고 나서 후회하기도 한다. 동시에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구미호도, 불멸자도, 늑대인간도, 흡혈귀도 있다. 이들을 뭐라고 통칭하며 독후감을 써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요괴리가 모르는 이웃》은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다름을 억눌러서 주변과 비슷해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다름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내고 나서 후회하기도 한다. 동시에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구미호도, 불멸자도, 늑대인간도, 흡혈귀도 있다. 이들을 뭐라고 통칭하며 독후감을 써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괴물, 괴수 ... 하지만 괴상하게 생긴 물체도 아..

일상/책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