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07

단요, 《다이브》

《지금, 다이브》에서의 2123년의 서울이 사이버펑크로 뒤덮혀서 사이버스페이스로 다이브해야했다면, 단요의 《다이브》는 2057년의 비교적 가까운 서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물 속에 잠겨버린 서울, 그 서울을 뒤덮은 바다로 다이브해야한다. 오랜만에 읽는 청소년문학이다. 청소년문학의 좋은 점은 아무래도 기괴한 묘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천천히 바다에 잠겨버린 도시가 아니라, 전쟁으로 한순간에 물에 잠긴 도시라면 응당 그 물이 불러온 죽음을 낱낱히 묘사하는 장면이 있기 마련인데, 기쁘게도 그런 묘사가 없어서 잔혹한 현실이 있는 디스토피아가 아닌 아름다운 물속의 몽환적인 디스토피아를 읽을 수 있었다. 주 배경은 마포구에 있는 노고산(해발고도 104m)이다. 그리고 남산(해발고도 270m)가 옆동네같은 느낌..

일상/책 2024.01.27

원샨, 《사장을 죽이고 싶나》

추리소설은 잔인해서 잘 읽지 않는다. 아니 거의 읽지 않는다고 봐야겠다. 비위가 약해서 사건현장 묘사만 봐도 좋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을 왜 샀는가 하면... 일단 《사장을 죽이고 싶나》라는 제목이 너무 흥미로워서, 그리고 출판사가 '아작'이라서 샀다. 아작이라면 SF일거라고 아주 단순하게 속단해버린 것이다. SF적인 요소가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건 아주 전형적인 밀실추리물이다. 추리물을 읽으면서 집중하게 되는 건, '범인이 누구인지'와 '왜 죽였는지' 두 가지다. 뉴스나 수사 자료가 아니라 소설이라는 아주 한정된 정보는 우리가 일정한 방향으로 생각을 유도한다. 추리를 진행시킬 수 있는 정보, 그와 동시에 잘못된 추리를 할 수 있는 정보를 읽으며 독자는 속고 의심하고 ..

일상/책 2024.01.13

눈이 오는 날엔 뱅쇼 끓이기

말 그대로 따뜻한 와인인 Vin chaud, 뱅쇼를 끓일 시간~! 왜냐면 눈이 오고 있으니까!! 프랑스에서는 뱅쇼, 독일에서는 글뤼바인, 미국에서는 멀드와인, 에스토니아에서는 글뢰그... 라고 한다는데 글뢰그는 증류주잖냐 두산백과야; 내가 다음에는 글뢰그 만드는 것도 올려야지,, 기본 뱅쇼 레시피는 오렌지 하나에 레드와인을 붓고, 카다멈과 시나몬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주면 완성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 취향대로 끓였다. 뱅쇼 재료를 준비한다. 1와인에 1오렌지라니 이런 각박한지고... 색목인들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넉넉하게 병당 과일 두세 개씩은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겨울이니 귤을 넣어도 좋고, 레몬이 있다면 레몬을 넣어도 좋다. 나는 씨 빼기가 귀찮고, 청자몽이 1개에 천 원으로 세일하길래 자몽을..

일상/음식 2024.01.09

SF 단편집, 《지금, 다이브 :사이버펑크 서울 2123》

100년 후에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 1989년부터 쓰여진 공각기동대를 보면서 30년이 넘게 흐른 지금, 그때의 상상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찾아낼 때면 전율이 흐른다. 그렇다면 2023년에 쓰여진 2123년의 서울은 또 얼마나 닮고 얼마나 다를 것인가. 그래서 출간하자마자 샀으나... 서울의 2123년의 서울 길거리에 놓인 벤치에 앉아 읽고 싶어서 100년을 묵히려고 했다. 진짜로. 근데 내 건강상태, 혹은 남북관계, 혹은 사회분위기나 뭐 이런 것들을 보면 내가 100년을 더 살 거라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한 해만 넘겨서 읽기로 결심을 틀었다. 10년은 묵혀볼 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조금 들긴 하지만 아무튼 2024년의 첫 책, 《지금, 다이브》다. 더보기 차례 이서영, 언제나 마지..

일상/책 2024.01.02

동지 팥죽, 아니 팥떡 만들기

내일은 동지다. 언제나와 같이 팥죽을 만들려 했는데 달력을 보니 음력 11월 상순... 애기동지다. 애기동지에 우리 집은 항상 수수팥떡을 해 먹었기 때문에 올해는 수수팥떡을 했다. 지금 와 검색해 보니 보통 팥시루떡을 먹는 것 같지만, 시루떡은 별로 안 좋아해서 내가 좋아하는 수수팥떡으로 준비물(대충 두접시..? 소요시간 1시간 30분) 팥 250g, 수수 250g , 찹쌀가루 150g, 멥쌀가루 50g 소금 조금 →대략 팥 : 수수 : 찹쌀을 1 : 1 : 1 정도로 맞춘다고 생각하면 된다. 수수경단 만들기 수수팥떡의 핵심, 수수경단 만들기다. 먼저 수수를 물에 반나절정도 불리고 푸드 디스펜서나 믹서기로 최대한 잘게 갈아준다. 다 간 후 찹쌀가루를 넣고 대충 잘 섞어준 후, 반드시 ★☆뜨거운 물★☆을 ..

일상/음식 2023.12.21

이경희, 《모래도시 속 인형들 2》

《모래도시 속 인형들》 첫 권의 리뷰를 11월 말에 쓴 건, 바로 이어서 두번째 권의 리뷰를 쓰려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일정.. 어림도 없지.. 출간 당일에 책을 사서 캐리어에 넣고 지방 뺑뺑이를 도느랴고 그냥 읽기만 했다. 출간 당일에 바로 리뷰를 쓰려는 목표는 실패했지만 리뷰는 쓴다. 그리고 난 이게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마지막 이야기이자 《테세우스의 배》의 찝찝한 결말에 답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지 《모래도시 속 인형들 3》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는 To be continued... 라는 문구를 보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감히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가장 좋았던 파트를 먼저 얘기하자면, '힐다, 그리고 100만가지 알고리즘들'이었다. 가장 좋..

일상/책 2023.12.11

이경희, 《모래도시 속 인형들》

끝까지 다 읽으면 작게 비명을 지르게 된다. 이런 미친 작가를 봤나. 출간 전에 예약펀딩해서 사놓고선 배송이 늦어져서 도서박람회에서 작가 사인회가 열렸을 때엔 책이 없어 현장에서 한 권 더 샀다. 진짜 재밌는 책만 두 권 사 두는데 어쩌다 보니 두 권 산거지만 어쨌든 굿... 훑듯이 빠르게 읽을 때도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는데 역시나 집중해서 각 잡고 읽으니 더더욱 재밌었다. 특히 같은 작가의 《테세우스의 배》를 읽은 지 며칠 안 되어 읽으니 소름이 두배. 최근 이 책이 SF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읽으려고 꺼냈는데 역시나 좋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곧 2편이 나온다고 한디. 이런 미친 작가... 당신은 최고야.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배경은 평택이다. 현재의 평택이 아니라 미군기지를 중심..

일상/책 2023.11.14

2023 메가쇼(일산 킨텍스) 후기 및 주정뱅이의 술 박람회 팁

또 다녀왔습니다. 술 박람회. 여름에 코엑스에서 한 주류박람회를 다녀온 이후에 대전 와인박람회를 가려 했으나 못가고, 지난주에 열린 수원 술박람회도 못 가게 되면서 메가쇼 홈술상점을 노리고.. 다녀왔습니다. 결과는 쏘쏘. 10만원밖에 안 씀. 내가 이렇게 술 사면서 절약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다지 살만한 게 많진 않더라구요. 일단 사 온 목록부터 보면 이게 끝임... 여기에 핸드메이드 가방 하나랑(귀갓길에 분실) 삼광 와사비 12000원어치.. 끝 제일 먼저 대밭고을(https://smartstore.naver.com/bamboosul)의 대담은 그냥 맛있는 대나무향 청주. 청주 특유의 말끔하고 개운한 맛이 대나무향이량 겹쳐지면서 더 산뜻하게 느껴져서 아주아주아주 좋았음. 물론 여기 탁주도 매끄럽고..

일상/박람회 2023.11.11

태국 맥주 창 에스프레소 (Chang Espresso)

창 에스프레소를 꼭 마시고 싶어서 동네 편의점을 일주일마다 체크하고; 마트도 매번 돌다가 드디어 입고되어서 날름 사왔다; 술마시기 좋은 시간 아침 9시부터 맥주를.. 마신다..ㅋㅎ;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전에 창 클래식이 어떤 맛이었는지 비교하려고 클래식도 사왔다. 태국맥주는 컵 안에 얼음을 채우고 마시는게 기본 맥주예절이기에 얼음을 채워서 맥주잔을 얼려놨는데, 너무 오랜만에 얼음컵에 맥주를 따르다보니 맥주가 아니라 거품을 따라버렸다. 주정뱅이 자존심 상하는 일 1위: 거품맥주가 아니라 맥주거품만 따르는 경우 창은 맑은 맛 맥주다. 최근 마신 칭따오 퓨어(TsingTao Pure Draft)와 비슷한 결인데 칭따오보다는 좀 더 매끄러운 맛이기도 하다. 얼음넣어먹어서 그런가.. 암튼 태국 맥주 3종인 창 싱..

일상/음식 2023.11.01

콜롬비아 대표 현대소설선 《살아내기 위한 수많은 삶》

차례는 아래와 같다. 더보기 라우라 오르티스, ⟨아메리카 호랑이: 판테라 온카⟩ 오를란도 에체베리 베네데티, ⟨가택 연금⟩ 이흐안 렌테리아 살라사르, ⟨우리 할머니 리타⟩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개구리⟩ 존 베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반가운 방문⟩ 새, ⟨후안 카르데나스⟩ 파트리시아 엥헬, ⟨성인 열전⟩ 마르가리타 가르시아 로바요, ⟨으깨진 다이아몬드⟩ 루이스 노리에가, ⟨선순환⟩ 필라르 킨타나, ⟨모래⟩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의 작품 해설 ⟨삶의 여러 갈래⟩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박람회들도 다녀오며 사진도 찍었지만 블로그에 남길 가치가 없어서 실망하기를 몇 번 반복했고, 와중에 토익 점수를 갱신해야 해서 오랜만에 토익 시험도 봤다. 근 몇 년간 겨울 이불이 춥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도 마찬가..

일상/책 2023.10.30